"해를 품은 달"에서 도무녀 장녹영처럼 강한 신력을 가지고 있는 인물은 다름 아닌 잔실이 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신기를 타고나 저잣거리에서 점꾀를 봐주는 일을 했을 정도로 감춰진 신력은 대단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잔실은 양명과도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 유일한 성수청의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11회에 양명과 월이가 운명적인 만남을 할 수 있도록 징검다리를 놔준 것이고요.


그리고 연우의 필체가 발견되며 내용이 급박하게 흘러갈 때 훤보다 양명과 월이 이런 운명적 만남을 가능케 했던 것은 다 잔실의 또 다른 결단이 앞서 있었기 때문입니다. 잠시 10회 내용으로 넘어가 보면 잔실은 어린 시절 자신의 목숨을 구해주었던 양명을 우연히 만나게 되고 그가 월이를 찾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다시 성수청으로 돌아온 잔실은 고민에 빠지게 되고 잠들어 있는 월이에게 다가가 누우며 과거의 기억이 되살아날 수 있도록 신력을 사용하게 됩니다.

이어 월이는 과거의 장면이 떠오른 꿈을 꾸게 되고 이 사실을 성수청 도무녀 장녹영에게 꿈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았고 잔실이 한 짓임을 알게 됩니다. 이 때문에 잔실은 성수청에서 쫓겨나게 되고 그 즉시 양명을 찾아가 일을 저지르고 맙니다. 잔실은 양명을 만나 오라버니는 자신의 생명의 은인이라며 사지가 찢기는 한이 있어도 꼭 은혜를 갚는다고 말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는 월이가 있는 장소를 말하게 되고 양명이 그곳으로 향해 끝내 월이와 양명이 궁에서 첫 대면하게 되는 일이 벌어졌던 것입니다.

11회에 쫓겨났던 잔실은 결국 갈 곳이 없어 성추청에 돌아오게 됩니다. 이때 장녹영이 잔실에게 사사로이 신력을 사용했다며 호통을 치며 궁궐의 무녀가 될 자격이 없다고 다시 쫓아내려 합니다. 잔실은 갈 곳이 없어 손이 발이 되도록 울며불며 싹싹 빌어도 보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순간 놀라운 반전이 일어나고 말지요. 장녹영도 간담이 서늘하게 만들어 버린 그 장면 말입니다. 다들 이 장면에서 쉽게 내용을 놓치신 분들이 많은데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숨어 있는 곳이라고 전 생각합니다. 어차피 원작인 책과 다른 픽션이 많이 숨어 있는 만큼 신기를 받은 잔실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었으니까요.


잔실은 부르르 몸을 떨며 방금전까지 울던 모습은 사라지고 얼굴에 독기만 가득 품은 모습만 보입니다. 그리고 이내 도무녀 장녹영을 노려 보며 한이 서린 말을 토하듯 말을 하게 됩니다. 마치 양명이 그 자리에 와서 직접 따지듯이 말입니다. 잔실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모두 양명이 하는 말이었고 더 놀라운 것은 그 시간에 양명은 절에서 어머니를 만나고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귀신이 몸에 들어 온 잔실은 벌떡 일어나 도무녀 장녹영을 쳐다보며 피눈물을 다시 흘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는 노려보며 "어머니는 왜? 소자더러 남을 위해 살라고만 하십니까?"라고 말하며 진짜 어머니에게 따지듯 분노하지요. 이런 모습에 장녹영은 너무나 놀라 표정이 굳어지고 맙니다. 그러나 잔실은 말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웃고 싶으면 웃고 화를 내고 싶으면 화를 내고 뺏고 싶으면 뺏으면서 그리 살아갈 것입니다."라고 말하며 성토를 하는데 온몸에 소름이 끼칠 정도였습니다.

잔실의 도발에 넋을 놓고 바라보며 듣고 있던 도무녀 장녹영은 분명 무언가 잘 못 되었다는 것을 직감하게 되고 잔실이 몸에 신이 들어와 대신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게 됩니다. 그런데 손을 써볼 틈도 없이 바로 월이가 성수청 안으로 들어오게 되고 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맙니다.

월이를 향해 달려간 잔실은 "도망가자 나와 함께 도망가자. 나라면 너를 지켰을 것이다. 나라면 너를 이렇게 내버려 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라면.."라고 말을 합니다. 이 장면에서 양명이 과거에 연우에게 했던 말과 정말 똑같다는 사실에 정말보다 기겁할 정도였습니다. 이미 잔실은 잔실이 아니었고 몸에 들어온 귀신에 의해 조정되고 말을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양명이 했던 말을 그대로 말입니다.


일이 이쯤 되자 장녹영은 황급히 달려가 잔실의 머리를 부여잡습니다. 마치 깨부숴 버릴 듯이 말입니다. 그리고는 소리를 칩니다. "그 입을 찢어 놓기 전에 당장 그만두지 못하겠느냐!"라고 말입니다. 장녹영의 신력에 놀란 귀신은 겁을 먹고 잔실의 몸에서 빠져나가 버리고 잔실은 다시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오게 되는데 아무것도 기억을 못 하게 됩니다. 그러나 장녹영은 그런 잔실에게 분노해 성수청에 아예 다시는 들어오지 못하도록 쫓아내고 맙니다.

이 장면에서 잔실의 연기력은 상당히 돋보였습니다. 비중이 없는 신녀 잔실일거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인 장면이었기 때문입니다. 한순간에 보여준 각기 다른 감정의 조절도 좋았고 도무녀 장녹영 마저 기선을 제압할 정도로 카리스마가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잔실은 13회에 다시 성수청에 들어 오기는 했지만 언제나 반전의 키를 잡고 있는 인물 중의 하나라는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혹시나 영의정이 붙잡혀 고신을 당할 때 잔실의 몸으로 죽은 아리가 들어 와서 또다시 간담이 서늘한 말들을 털어놓을지도 모르는 일이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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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루시퍼나인